
제목 : 혼자 사는 사람들
개봉 : 2021.05.19
감독 : 홍성은
출연 :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
로튼토마토 신선도 : 100%
네이버 영화 : 8.62 / 10
다음 영화 : 7.4 / 10
1. 눈동자에 외로움이 가득했던 배우 공승연의 발견

사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공승연이란 배우를 잘 알지 못했다. 트와이스 멤버 정연의 친언니라고만,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고만 알았지 단 한 번도 그녀의 작품을 들여다본 적이 없다.
그러다 우연히 혼자사는사람들 예고편을 보고 배우가 끌렸다기보다 영화의 제목과 스토리가 끌려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좋았지만 새로운 배우의 발견이란 점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우선 그녀가 맡은 진아(공승연)는 굉장히 시니컬하다. 실제로도 화가 잔뜩 나있는 캐릭터다. 무미건조하게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할 일만 한다. 작중 그녀의 친구, 동료는 팀장 말곤 나타나지 않는다. 말을 섞는 이도 없다. 그런 캐릭터를 공승연의 눈으로, 입으로, 감정으로 잘 표현했다.
사무치는 인간에 대한 그리움은 느껴지지 않지만 혼자가 되어버린, 되어가고있는 이 시대 젊은 층의 단면을 잘 그려냈다. 혼자가 편한 것 같지만 사실은 외로움에 어딘가 허전함을 느끼는 그녀. 남보다 내가 중요하다는 일념 하나로 사는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오는 사건과 사람들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그녀.
그리고 결국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그녀의 변화된 모습을 보며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란 사실임을 잊지 않게 주지시켜주는 느낌을 받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로 공승연은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좋은 배우들이 많았겠지만 그녀 또한 자격이 있어 보인다. 새로운 작품에서도 보고 싶은 배우를 알게 되어 기쁜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다.
2. 당신의 MBTI는 무엇인가요?

본 영화에서 팀장만큼 대사가 많이 나오는 배우이다. 이 배우 또한 혼자사는사람들에서 처음 봤다. 정다은 배우로 본 영화에서 수진 역할을 맡았다. 공승연이 근무하는 카드사 콜센터의 신입 직원이다. 공승연이 항상 시니컬하고 무미건조하며 모든 활동을 혼자 하려고 한다면 수진은 사회 초년생 느낌 물씬 나게 공승연에게 프로폴리스를 갖다 주고 밥을 같이 먹자며 계속 붙임성 있게 행동한다.
그런 그녀가 진아는 불편하다. 반응도 크게하지 않고 마음도 주지 않는다. 아마 진아의 MBTI는 I 성향에 가깝지 않을까. 오해는 말라. 시니컬이 I라기보다 혼자 생각하고,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보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얻는 성향처럼 보여서 짐작해 본다. 반면 수진은 E성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진아의 과거를 마주했을 때 그런 그녀 또한 E성향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한해가 쌓일수록 우리는 성숙보다 자기 증명에 사로잡혀 마음의 응어리가 커지는 것 같다.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증명과 앞으로 받고 싶은 증명과의 괴리 그리고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압박 속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로 마음을 닫는 경우가 생긴다.
진아의 상황을 보면 그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반면 수진은 프로폴리스를 아버지가 보내줬다고 말한다. 좀 더 가정적인 느낌, 밝게 자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때론 답답함도 든다. 권리와 책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나 밝은 모습에 비해 노력의 끝이 어딜 향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어쨌든 둘은 맞지 않는다. 승연은 이미 스며든 사람이며 수진은 이제 그려 나가는 사람에 가깝다. 타협과 주관 그리고 조율 어딘가에서 쉽사리 방향을 잡지 못하는 청춘들의 모습이다.

우리네 인생은 초연결사회로 접어든 지 오래지만 인간의 본성상 그러한 사회에선 삶의 단면만 더욱 밝게 비치고 보이려 애쓰는 경향이 있다. 사실 들여다보면 아픔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진아의 삶은 그런 면에서 지나치게 어두워 보인다. 아마 진아의 태도와 마음이 바뀌는 모습을 천천히 그리고 러닝타임 내 보여주고자 극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연출이라고 생각은 든다.
어쨌든 아버지는 어딘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으면서 어머니의 죽음으로 받은 상속을 유흥에 탕진하는 듯한 모습까지 보인다. 그런 아버지가 진아는 매우 원망스럽다. 그래서 모든걸 해탈하고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아버지는 변화할 것 같지 않다. 결국 진아가 다시 혼자 사는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가 아버지다.
우리가 사회를 보는 창을 키운다 한들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은 지배적이다. 가정적인 집에서 자란 아이는 가정적인 집을 꾸리려고 더 노력하고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반대라면 가정을 꾸릴 마음이 들지 않고 오히려 힘든 것으로만 치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면에서 진아는 더욱 혼자 사는 사람이 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인연으로부터 받고 다시 깨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변할 수 있을까.

성훈(서현우)은 진아의 옆집에 새로 이사온 남자다. 사실 진아 옆집엔 혼자 사는 남자가 있었으나 진아는 그런 그를 항상 무시해왔다. 그것은 진아의 탓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사회를 영화는 탓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다시 세상은 제법 함께 살아갈만한 이유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옆집에 살던 남자는 생을 스스로 마감했기에 해당 집의 세는 굉장히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나온다. 현우는 처음 집을 방문하고 그렇게 낮은 집세가 의심스럽고 진아로부터 사실도 듣지만 결국 이사를 오게 된다. 그럼에도 그가 멋있는 이유는 그는 생을 마감한 전 옆집 남자를 위해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단지를 뿌려 제사를 함께 지내자는 의견을 던진다.
진아 또한 그 전단지를 받는다.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렇게 날이 거듭되지만 갑작스런 수진의 퇴사와 수진이 근무 중 말했던 환청들이 진아에게 들리며 그녀 또한 휴직을 결심한다.
항상 밥먹을때도 이어폰을 끼고 타인의 접근을 원천 차단했던 진하다. 그런 그녀에게도 몸의 이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혼자 사는 사람들 감독의 연출이 좋았던 부분은 가장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가장 섬처럼 홀로이 지내는 콜센터 직원으로 직업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진아는 사람들 속에 있지만 사람들 속에 있지 않다. 가장 많은 말을 하지만 정작 관계는 쌓이지 않는다. 상대에게 친절하지만 본인에겐 가장 불친절하다. 화가 쌓인다. 되는 것은 없다. 일상은 똑같이 흘러간다. 무료하고 우울함만 쌓여간다.
그렇게 그렇게 그녀 또한 마음의 늪으로 빠져 버린다.
3. 나는 함께 살고 싶다, 그리고 나를 보듬고 싶다, 그렇게 내일을 향해 간다

우리네 삶은 항상 밝을 수 없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다가 봄꽃이 활짝핀 도로를 지나기도 하고 마음이 뻥 뚫리는 해변가 도로를 달리다가도 교통체증에 꼼짝도 못 하는 아스팔트 위에 정차할 때도 있다. 이 모든 건 내 뜻대로만 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뜻이 매번 안 통하는 것도 아니다. 교통체증 속에서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덜 수도 있고, 봄꽃이 활짝 핀 도로 옆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해변가 도로에서 고즈넉이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
항상 빠르게, 높게만 외치는 우리의 삶의 이정표는 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지금의 외로움은 바람 결에 날려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가끔 지인, 가족과 밥을 먹으면서도 이어폰을 끼는 이들을 볼때가 있다. 내 일이 중요하다며, 내 일이 먼저라며 단체보다 개인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삶의 흐름대로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한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은 틀리지 않다.
사람 속에서 상처 받지만 치유와 위로를 얻는 딜레마 속에서 성장해 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성장과 관계를 위해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사람을 믿으면서도 경계하며 바라보는 태도, 모든 걸 내어줄 수 있지만 상대의 독립성을 지켜주려는 선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리는데 도움이 된다.
타인과 함께 하면서도 나를 해치지 않는 강단을 갖고 내일을 향해 가는 우리, 참 숙제가 많다. 뭐하나 쉬운 것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쉬운 일이 없다고. 받아들이고 하나씩 흘려보내며 열렬히 취하고, 버리고, 넘기다 보면 그렇게 인생은 완성과 완성의 과정이 아닌 그저 나란 사람이 이 세상 왔다 갔다는 기분 좋은 따뜻한 여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4. 그녀가 세상과 함께 하기를, 그렇게 혼자 사는 사람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결국 그녀는 옆집 남자의 제사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과 생각을 안고 문 앞에 서성인다. 그때 새로 이사온 옆집 남자가 들어와서 식사라도 함께 하자고 한다. 만약 그가 그 안에 들어간다면 그녀는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과의 새로운 관계가 비단 그녀에게 꼭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최악을 생각하고 살기보다 현재의 충실과 합리적인 생각과 사고를 갖고 견고히 나아간다면 충분히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할 존재임은 분명하다.
진아가 그렇게 따뜻한 세상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인생을 살아가며 균형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균형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느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면서 때론 선택과 집중의 갈림길에 서서 인생을 꾸려 나가야기도 하는 숙제와 같다.
아니 숙제란 단어도 적합하지 않다. 그저 받아들임과 비슷하다. 그리고 계속 나를 보듬고 위하며 살아가야 한다.
영화 전반의 느낌은 어둡지만 결국 따뜻함을 보여준다. 영화의 영상미도 그렇다. 어둡지만 따뜻한 조명의 대비가 혼자 사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간의 따뜻한 느낌을 대조 있게 잘 드러냈다.
이제 그녀는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다.

가끔 배우뿐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느껴볼 때가 있다. 그녀는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을 품고 앞으로 배우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까. 본 영화로 그녀는 주목을 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번 상의 그녀의 인생에서 추구하는 모든 것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괜스레 언젠가 이번 상이 끝 이래도 연기를 하는 마음이 슬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나를 시장에서 찾지 않거나 실력이 퇴보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여정 속의 하나일 뿐인 거니까. 매번 즐겁거나 잘되거나 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고 0.1%가 취하는 것을 왜 난 저렇게 못될까, 안될까 하며 자책하는 것만큼 인생을 허비하는 바보 같은 일이 없다.
물론 이상을 보되 주변도 보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보며 그들에게 에너지와 위로도 얻고 때론 자극도 받으며 건강히 한걸음씩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사실 공승연 배우에게만 해당 되는 말은 아니다. 세상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정직하게 사는 이들이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나를 보듬고 내 과거를 긍정하며 미래의 희망을 안고 꾸준히 다시 일어서서 좋은 결과도 마주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영화의 결
극장에서 봤더라면 더 몰입도가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승연이란 배우를 새로 알게 된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의 삶이 역시 대단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주목받고 비범해야 할 것 같지만 평범하고 소소한 것이 삶의 본질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영화이다. 많은 영감을 얻었다.
나이를 먹어감에 타인에게 위로보단 위로를 건내는 일이, 그리고 그들과 웃고 떠는 것보다 고민을 나누고 불안을 토로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예전을 떠올리고 예전을 그리워한다. 물론 맞다. 그렇다고 지금이 서글프진 않다.
그런 그때가 있었기에 우리의 과거와 젊음, 청춘은 아름다웠고 감사했고 또 한편으론 아쉽지만 다시 돌아가고픈 그때를 누릴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우린 과거를 어떤 형태로든 긍정하고 보듬으며 나아가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타인과 함께 건강한 관계를 맺어 나가며 우정도, 사랑도 나누는 우리 삶의 한편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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