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해바라기
개봉 : 2006. 11. 23
감독 : 강석범
출연 : 김래원, 김해숙, 허이재
1. 그들에게 희망은 활짝 피지 않았다
영화 해바라기는 사실 개봉 당시보다 개봉 후에 빛을 발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개봉 당시의 평은 약간 B급 액션 영화 정도로 치부되었던 것 같다. 평론가 평점을 봐도 5점대로 낮은 편이다.
영화 해바라기는 김래원의 2006년 작품이다. 국민 엄마 김해숙과 함께 촬영했다. 필자 또한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점점 추워지는 겨울, CGV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추위만큼이나 내용도 꽁꽁 얼어붙게 만들어서 마음이 아팠었다.
해바라기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활짝 웃는 김래원의 표정도 슬픔이 가득하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지고지순이라고 한다.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꽃의 이름으로 영화 제목을 지은 감독의 의도는 슬픈 감정을 더욱 배가시킨다.
2. 사람은 고쳐 쓰는것이 아니라고 했다
대게 인간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을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해바라기 주인공 오태식은 다르다. 그는 과거 망나니 같은 생활을 청산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죗값을 치르고 출소하여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만끽한다. 하지만 꼭 이런 류의 스토리엔 그를 가만두지 않는 세력들이 있다.
오태식은 고등학교 중퇴 후 동네에서 알아주는 주먹이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건 겁이 없었다. 하지만 그를 친자식처럼 여긴, 양덕자 덕분에 오태식은 양덕자의 친아들처럼 함께 살고자 한다.
그런 그는 폭력에서 벗어나 새삶을 살려고 무던히 노력한다.
3. 돌아왔구나 오태식이, 오래 기다렸다
오태식은 그가 수첩에 적었던 소소한 바람들처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하필 재개발 부지 건으로 양덕자의 해바라기 가게가 쑥대밭이 된다. 결국 보상과 생존 때문에 오태식은 본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과거 오태식의 똘마니였던 김양기와 이창무는 이런 사실도 모른채 그대로 해바라기 가게로 쳐들어 가지만
거기서 오태식을 보고 겁에 질려 도망친다.
그런 그들에게 조판수(김병옥)은 조폭을 동원해 양덕자의 딸 최희주(허이재)를 다치게 하고 가게를 싹 다 밀어내고야 만다.
이에 분노한 오태식은 조판수 일당에게 복수하러 혈열단신으로 쳐들어 간다.
4. 오태식이 말하는 진짜 지옥중의 지옥, 불지옥
오태식은 보통놈이 아니다. 걸리면 다 죽는다. 희주를 다치게 한 똘마니 한 명이 중얼거리며 다가온다.
형님들에게 잘 보일 기회다 라고 말하며 걸어오지만 바로 팔이 꺾인 채 고꾸라진다.
인원이 많으면 사람이 용감해 진다고 했다.
쪽수가 많은 것만 믿고 김양기와 이창무는 진짜 오태식이 돌아왔다며 반갑다고 말한다.
10분만 더 있으면 그 입에서 그런 말이 못 나올 텐데 말이다.
여기서 기가막힌 명장면이 탄생하는데
겁에 질린 탓인지 그나마 실수를 덜한 김병진에 대한 용서였다.
불지옥으로 만들기 전 딱 한마디 한다.
"병진이 형은 나가 있어"
병진이 형은 조판수를 바로 배신하고 절뚝거리며 문을 나선다.
조판수는 욕을 한마디 내뱉는다.
그래, 너도 같이 나갔어야 했는데 이제 불지옥을 맛보게 구나.
5.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 물론 해바라기에서 김래원은 복수에 성공한다. 죽을 것 같지만 죽지 않고 무적이 되어 살아난다. 끝내 모든 복수를 마치고 불 구덩이에서 장면은 끝난다.
사실 본 영화가 슬픈 이유는 중간중간 소소한 가족의 일상이 잘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사람도 갱생이 가능하다는 일상을 보여주지만 끝내 그가 걸어온 발자취 때문에
온몸에 덕지덕지 묻은 오물들을 떼어낼 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소소한 일상은 사치처럼 보인다. 상상하기 싫은 현실이 펼쳐진다.
가끔 대물림이란 말은 참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벽에 무릎을 꿇어야만 하는 그런 현실 말이다.
영화 해바라기는 그럼에도 최희주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며 따뜻한 감정으로 마무리 짓는다.
*영화의 결
평범한 일상이 얼마큼 위대한 것인지 알게 해 주는 영화다. 우리의 삶도 들풀에 핀 잡초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위해 치열하게 괴로워하고 애쓰는 모습이 가끔은 가엽게 느껴진다.
그저 평범한 것도 상관이 없다. 인간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는 습성과 그것을 생존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어쨌든 인간의 기본 메커니즘은 경쟁보다 편안함과 루틴함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멘털 관리, 마음 정리가 매우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이다.
가끔 행복한 마음이 그리울 땐 오늘 잠깐이라도 느낀 만족감에 대해 써보자.
그렇게 하루 이틀 써 내려가면 한 달이 지났을 때 제법 내가 느낀 일상의 여유와 행복에 대해
떠올려 볼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란 것은 부정적인 에너지를 단기적으로 더 오래 갖고 있는 성질도 알게 된다.
결국 매일 하나씩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일이 중요하다.
영화 해바라기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내용을 주기보다 지금의 일상이 얼마큼 희망적인지 역설적으로 알려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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