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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 : 귀신보다 무서운 사이코패스의 범죄

by 웰오프 2022. 2. 1.

제목 : 추격자

개봉 : 2008. 02. 14

감독 : 나홍진

출연 : 김윤석, 하정우 

 

1. 무엇이 그를 악마로 만들었는가 

영화 추격자는 뛰어난 연출력과 몰입감으로 그 당시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를 나타냈다. 

이 영화를 통해 지영민(하정우)을 연기한 하정우 또한 배우로서 한 계단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도 추격자를 본 그날 밤이 기억난다. 공포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영화 내내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집에 올 때 습관적으로 뒤를 살펴보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귀가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생생했고 지영민의 행동 하나하나가 뇌리에 박혔다. 그 이후로도 TV 방송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다시 보기를 했었다. 첫 번째 볼 땐 극에 몰입되어 스토리만 봤다면 두 번째, 세 번째 볼 때 즈음 왜 지영민은 악마가 되었을지 생각해 보게 됐다. 

 

예전 어떤 범죄자는 어릴적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며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 적이 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에게 환경의 영향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어릴 적 어떤 부모 밑에 자라느냐에 따라, 또는 유전적 요인에 따라 매우 많은 부분들에 영향을 미친다. 지영민의 과거사가 표현되진 않는다. 그래서 더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의 과거가 너무 어둡고 폭력적인 피해자이라서 피의지가 되었다 라는 메시지는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는 지영민의 악함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해서 감정에 혼란 없이 끝까지 유지하며 몰입할 수 있었다. 

 

2. 인정해야 할 경찰의 무능함 

영화 포스터에 보면 희대의 살인마를 잡은 건 경찰도 검찰도 아니었다는 메시지가 있다. 그 당시 대한민국 경찰의 수사 능력은 사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서 그 당시라고 표현한 이유는 영화 추격자는 연쇄살인마 유영철 사건을 모티브로 하기 때문이다. 경찰들은 지나가는 행인들을 한 명 한 명 수사하는 등의 주먹구구식 수사를 이어나갔다. 수사력은 약하고 투입 인력은 많고 비효율의 끝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프로파일링이 처음 도입되게 된다.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취했고, 어떤 생각을 품었으며, 그들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된다. 연쇄 범죄의 끈을 잘라내기 위해선 범죄자보다 더 범죄자 같은 마음으로 그들의 생각에 침투해야 한다. 그 당시 경찰은 무능했고 연속 범죄는 끊이질 않던 시절이었다. 

 

3. 김윤석과 하정우의 완벽한 콜라보 

중호(김윤석)은 형사를 하다 옷을 벗은 인물이다. 자의라기보다 뇌물죄로 옷을 벗었다. 그런 그는 출장 안마소를 운영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호가 관리하는 여자들이 계속 실종된다. 중호는 여자들의 안전이 걱정되기보다 본인 돈줄이 없어지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했다. 중호는 실종된 여자들의 호출 시간, 날짜들을 추적하다 반복되는 특정 번호를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다시 해당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다. 그놈이었다. 중호는 미진(서영희)에게 출장안마를 시키면서 그 사람의 집 주소를 문자로 보내라고 당부한다. 하필 몸이 아픈 미진이었지만 어린 딸을 키워야 했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출장을 나간다. 중호의 날카로운 직감처럼 의뢰인은 지영민이었다. 지영민은 매우 젠틀한 모습으로 미진을 범죄 현장으로 끌고 간다. 

 

극 중 지영민은 성불구자다. 정확하게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는지 묘사되진 않는다. 하지만 극 중후반 조사에서 성불구자로 의심되었을 때 흥분하는 것을 보면 성불구자가 맞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는 납치한 업소 여자들을 차례로 죽이는데 살해 방식이 망치와 같은 둔기로 머리에 못을 대고 찍어 내린다. 둔기와 못을 찍는 행위는 간접적으로 지영민에겐 성적 해방감을 표출하는 오브제로 보인다. 

 

미진은 잠시 화장실에 들어가 연락하려 하지만 사방이 막혀 핸드폰 통신은 두절된다. 그렇게 미진은 지난 피해 여성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폭행을 당하게 된다. 

 

미진의 연락 두절로 중호는 호출 주소지를 겨우 추적하여 주변을 수소문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다 우연히 차량 사고로 중호와 지영민은 마주치게 된다. 이 장면이 영화 추격자에게 가장 유명한 장면인 4885 장면의 탄생이다. 중호는 여기서도 형사의 직감을 발휘한다. 신분을 들킨 지영민은 도난 차량을 방치한 채 도주한다. 도주 장면에서 탄생하는 두 번째 명장면은 추격씬 중 지영민이 넘어지는 장면이 있다. 잠깐 앵글이 나가지만 그마저도 연출로 착각하게 만드는 이 장면은 사실 NG 장면이 맞았다. 하지만 사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감독은 그대로 신을 유지했다고 한다. 

 

두 배우의 몰입감이 관객에게도 전달되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4. 분노가 조절되는 사회 

유영철 사건이 터졌을때만해도 CCTV가 지금처럼 많진 않았다. 그럼에도 대담했고 치밀했다. 분노의 원인은 대상이 아닌 범죄자 내면에 있었고 피해자는 내면의 분노를 터뜨리는 단순한 객체에 불과했다. 한 가지 지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용의주도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쓴다. 하지만 요즘은 그보다 더 과감해진다. CCTV가 사방에 있는데도 분노를 조절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분노는 조절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표출하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앞서 말했듯 누군가의 일탈과 범죄를 단순 그의 어릴적 환경, 사회적 배경에 따라 정당화시켜선 안된다. 

그럼에도 영향을 미칠 순 있는 양육자의 행동과 사회의 안전망은 반드시 필요하다.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은 희망의 부재와도 같다. 내일을 살아가는 힘과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그 순간에만 매몰된다. 

내일이 없기에 순간만 있다. 좋은 의미가 아닌 나쁜 의미로 말이다. 

 

그리고 분노의 대상이 운동 선수 이거나 건장한 체격인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영화 추격자에서도 피해 대상은 음지에 있는 대상, 그 가운데에도 여성이다. 때론 노인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분노의 표출 대상 또한 편식적이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고 본디 약아빠졌다. 대상에 따라 달리 행동한다.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누구나 이중성은 있다. 때론 다중성을 띄기도 한다. 그럼에도 본성을 누르고 이성을 찾는 행위, 노력은 성숙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이다. 누구나 하고 싶은 대로만 표출하며 산다면 괴물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항상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영화의 결 

 

극의 디테일한 묘사 때문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영화였다. 실제 유영철의 사건 장소 중 금붕어 수조가 있는 집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도 유영철이 머무는 저택에 금붕어 수조를 설치한 디테일을 보면 이 영화 한편을 위해 강박에 가까운 집착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 추격자는 

단순 스릴러 처럼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사회 안전망, 어른으로서의 역할과 자세, 개인의 노력과 힘의 구축이라는 여러 생각을 갖게 만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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