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1987
개봉 : 2017. 12. 27
감독 : 장준환
출연 :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1. 역사는 반복된다
한 개인의 역사, 국가의 역사, 흥망성쇠를 반복하는 인류의 굴레 속에서 그럼에도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역사는 있다. 잊기 싫은 시절, 잊고 싶은 기억. 잊어야 하지만 잊히면 안 되는 인물,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 밝히는 영화 1987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전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낯 뜨거워질 정도로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사실 지금도 역사라는 분야를 흥미롭게 탐구하고 관련 도서를 읽진 않는다. 중, 고등학생 시절 공부가 아닌 우리나라를 깊이 들여다본다는 생각으로 근현대사 과목에 몰입했어도 더 많은 사유를 즐겼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조금씩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좋은 역사만 레트로 열풍처럼 돌고 돌길 소원하며 1987 그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싶다.
2. 뜨거운 초여름의 기억
6월은 여름의 시작이다. 요즘에야 그 의미가 흐릿해졌지만 6월은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설렘의 기간이자 아이들에겐 방학을 맞이하는 첫 등교의 부푼 기대감과 같다. 하지만 1987의 여름은 달랐다. 그해 초여름의 공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끈적거렸으며 열대야의 밤처럼 불편했다. 시작은 전두환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12.12 사태로 대통령이 된 전두환은 민주체제를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에 불응하다 못해 강경 탄압으로 일관했다.
요지는 직선제 헌법 개정을 포함한 부분이었으나 묵살되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반성하는 시각을 갖지 못하면 부패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어있다.
그 시절은 이 모든 것이 더욱 아무렇지 않게 용인되던 시절이었다.
3. 다음 생엔 첫눈의 설렘으로 오길
수년간 지속되는 탄압의 시간을 이겨내는 것은 매우 지난한 일이었다. 그렇게 1987의 새해가 밝았다. 영화의 주된 내용이자 사건을 파헤쳐나가는 사건의 시작이 새해의 그림자와 함께 시작됐다. 1987년 1월 서울대 학생 박종철 군은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연행되었다. 그는 민주화 운동, 그 당시 학생 운동에 참여한 인물이었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조사였지만 그 당시 남영동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남영동에 끌려가면 살아 돌아오기 힘들다는 말이 돌았다. 사실이었다.
그 당시 남영동 대공분실은 고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천장에 달린 전구의 형태와 색 그리고 밝기까지 정했다.
공포스럽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곳에서 박종철 군은 생을 다하게 된다.
이 사건을 수습하고자 대공수사처 박 처장(김윤석) 일당은 단순 심장마비로 처리하고자 한다. 시신도 빠르게 수습하고 화장하려고 한다. 유족에게 어떤 동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진행한다. 불과 30년 전의 일이다. 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선
최 검사(하정우)의 승인이 필요하다. 서류를 살펴보던 중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최 검사는 해당 사건을 전면 수사하기로 마음먹는다. 시신 보존 명령과 심장마비 처리로 대립하는 처장과 최검사의 기싸움, 수싸움은 지속된다.
사건의 진실은 영화를 통해 보다 생동감 있게 살펴볼 수 있다.
4. 들풀의 불꽃은 널리 퍼진다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사건들이 더 있었을 1987 그 한 해는 매우 잔혹했다. 박종철 군의 죽음으로 불길은 거세게 번져나갔다.
통일의 해방감, 분단의 아픔, 독제의 공포 지난 짧다면 짧은 50년이 조금 넘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의 변화는 세계 어떤 국가도 겪지 못할 아픔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1987년은 아픔의 기억이었으니
전두환은 신군부 주축 세력이었던 노태우의 대통령 당선을 돕고자 간접선거제 헌법 개정을 안 하고 강행한다.
이는 1987년 4월 13일 413 호헌선언으로 시작했다. 1월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민주주의를 독제로 파괴하려는 탐욕은 어디부터 시작된 건지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게 호헌철폐를 외치며 6월 항쟁이 시작되었고 초여름, 이한열군의 죽음으로 다시 한번 들풀의 불꽃은 활활 타올라 세상 사람들의 마음, 마음으로 널리 퍼지게 된다.
5. 잊지 말아야 할 지난 길
역사는 흘러간다는 어떤 영화의 탐욕가처럼 우리의 지난 길은 금세 잊히고 오늘의 생계에 하루하루 목숨을 건다. 인류는 수많은 창조와 혁명을 거듭하며 눈부신 발전과 성장을 이룩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무엇보다 의식주의 해결이다. 생존의 본능을 해결하는 것이 인류에겐 가장 고귀한 일이다. 그렇기에 역사는 흘러가고 역사는 잊히다 때때로 수면 위로 드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다시금 기억된다.
그렇기에 역사는 고귀하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인류의 성장을 확인하는 유일한 길이다.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하지 않다. 그래서 기억해야 한다. 형태는 상관이 없다. 책, 영화, 구전 무엇이로든 기억해야 한다. 오늘의 자유는 과거의 희생으로 비롯된 것임을, 개인의 의식주는 중요하나 대의를 위한, 국가를 위한,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길을 어떻게 제단 할 것인지 기억하고 행해야 한다.
민주화 투쟁의 구심체였던 지난 열사들의 용기를 눈을 감고 기려 본다.
*영화의 결
연희(김태리), 한병용(유해진), 이한열(강동원)을 본문에선 언급하지 않았다. 모든 걸 기록하면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누군가의 기회를 박탈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남겨두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 잠시라도 1987 그 해 우리나라에 있었던 찬란한 용기를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분한 오전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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