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악인전
개봉 : 2019. 05. 15
감독 : 이원태
출연 :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
로튼토마토 신선도 : 97%
네이버 영화 : 8.53 / 10
다음 영화 : 7.4 / 10
1. 뻔한 것 같지만 뻔하지 않은 클리셰
악인전은 18세 관람가답게 성인물 액션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내용 전개 또한 매우 빠른 편이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관객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는다.
악인전은 우리나라에서도 300만명이 넘게 볼 정도로 흥행에 제법 성공한 영화였지만
오히려 제72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러닝에 초청되고 104개국 해외 선판매의 흥행을 이룬 것으로 보았을 때
외국 정서와 더 결이 맞는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관객의 수준이 높아졌을수도 있고
우리나라에선 매우 자주 다루는 컨셉의 영화 라인이기에 조금 진부한 면이 있어 흥미도가 떨어진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영화의 시작은 강경호(김성규)가 이유 없는 연쇄 살인을 저지르다
대상을 잘못 골라 무적의 조폭 두목인 장동수(마동석)을 살인 시도하는데서 본격적인 스토리 라인이 시작된다.
2. 경찰은 범인 구속보다 승진에, 조폭은 가오에 목숨을 걸다
정태석은 의지에 불타오르는 경찰이다. 다만 똘끼가 충만하다. 상급자가 뒤를 봐주는 장동수의 관할구역을 쑤시며 다니고 뭐 하나 건질 게 없을까 두리번거리는 경찰이다. 그에게 범인을 잡는 건 말과 허울뿐이지 어떤 사명감은 없다. 그저 본인의 승진과 출세에 집중할 뿐이다.
정태석은 강경호의 연쇄살인사건 냄새를 맡다 장동수가 당한 것을 확인하고 강경호의 짓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장동수를 찾아가지만 장동수는 쉽게 협조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조폭 두목이 이름 없는 범인에게 칼침을 맞고 병원에 누워 있다는 소문은
그의 위세와 힘을 나약하게 만드는 일이었으리라.
결국 정태석과 장동수는 하나의 뜻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3. 악인이 히어로처럼 보이는 불편한 희열감
장동수와 정태석은 일시평화협정을 맺는다. 만약 장동수 패거리가 먼저 강경호를 잡으면 장동수는 그를 본보기로 삼아
가만두지 않겠다 말하고 정태석이 먼저 잡으면 구속을 시키던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대신 그를 잡는 과정에서의 단서와 증거들은 모두 공유하기로 잠정 합의에 이른다.
합의에 이르면서도 서로를 신뢰할 수 없기에 배신과 배신이 뒤엉킨다.
하지만 악인전의 매력은 이러한 과정에서 군더더기를 많이 배제하여 영화의 오락적인 느낌을 더 강조했다.
굳이 어렵게 만들거나 복잡하지 않다. 단순한 요소인 범인을 조폭 두목과 경찰이 함께 잡는데만 집중했다.
쓸데없이 대사가 가볍거나 범인이 왜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지 유년시절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등의
클리셰는 배제시켰다.
그렇다 보니 전반적인 스토리 구성은 어디선가 많이 본것 같지만 국내외에서 신선한 스토리다라고 느낀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결국 장동수는 강경호를 먼저 잡고 반죽음 상태에 이르게 하는데
이 장면에서 마동석이란 배우의 엄청난 위압감에 더해 악인이 악인을 두들겨 패는 장면에선 조폭 두목이 영웅처럼 느껴지고 왜 악인전이란 제목을 붙였는지 이해가 쉽게 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정태석 또한 보통내기가 아니기에 장동수와 강경호가 함께 있던 현장을 덮쳐 강경호를 붙잡고
재판대에 올려 결국 그를 구속 시킨다.
4. 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진 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
영화의 끝은 강경호는 감옥에 들어가게 되고 정태석과 장동수의 뒷거래에 따라 장동수도 강경호가 수감된 감옥으로 들어가 결국 장동수가 강경호를 죽이는 것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마동석 배우야 예전부터 힘쓰고 카리스마 넘치는 배역을 잘 맡았고 소화했기에 큰 감흥은 없었다.
캐릭터가 주는 희열감이야 전작에서도 느낀터라 그러려니 했다.
김무열 배우도 야비한 성격이 두드러진 경찰 역할을 매우 잘 맡았다고 생각했고 마동석과의 케미도 좋았던 것 같다.
특히 놀랐던건 강경호 역할을 맡은 김성규 배우였다.
그의 눈빛, 말투, 초췌한 그의 이미지 모두 강경호를 연상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야윈듯하면서도 오싹한 느낌을 잘 표현한 것 같다. 그런 거 보면 김성규와 마동석 배우는 다른 작품에서도 호흡을 맞췄기에 익숙한 샷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해맑음과 시니컬함 그리고 공포스러움과 카리스마가 공존한 김성규의 얼굴에서 악인전의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5.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가 많은 악인전이 악인전했다
로튼토마토 평점만 봐도 악인전에 대한 해외 팬과 해외 평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다만 리뷰 개수가 많진 않아서 신빙성이 얼만큼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졸작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전개와 불필요한 요소들을 배제하고 스토리 라인에만 집중한 감독의 전략이 잘 먹혀든 영화가 아닐까 싶다.
진짜 악인이 누구인진 모르겠으나 표면적으론 모두 악역을 맡고 있는 악인전은 결국 아주 티끌만큼의 선함을 가진 악인 두 명이 성악설을 증명하는듯한 연쇄살인마를 붙잡음으로써 끝을 맺는 영화이다.
벌써 개봉한지 3년이 흐른 영화지만 외국에 선판매도 진행했고 내부 관람객도 300만 명이 넘었으니 이 정도면 제법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대체 악인은 누구지? 라고 혼란을 가져다주는 악인전을 보며 영화가 끝나고 나니 손에 흠뻑 땀이 젖어있었다.
*영화의 결
배우의 흥행 파워가 크지 않아도 결국 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 영화였다.
감독님의 스토리 라인 구성력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때론 스타 한명이 모든 걸 대변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범인과 범인보다 조금 돋보이는 여럿이 만나
좋은 팀과 작품을 진행하기도 한다.
무엇이 답이라곤 할 수 없다. 그저 모두가 하나의 목표점을 향해 달릴 때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 프로 의식을 발휘하는 세상이 되길 바랄 뿐이다.
그런 것을 우린 상식이라고도 말하고 책임이라고도 표현한다.
우리에게 상식과 책임이 상실되질 않길 바라면서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악인전을 기억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