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부탁 하나만 들어줘
개봉 : 2018. 12. 12
감독 : 폴 페이그
출연 : 블레이크 라이블리, 안나 켄드릭
1. 가십걸의 대명사
영화 주연 중에 한 명인 블레이크 라이블리 배우는 미국에서 가장 핫했던 드라마 '가십걸'의 주인공이다. 가십걸은 뉴욕 맨해튼의 최상류 층 자녀들의 모습을 드린 드라마인데 시즌6까지 나올 정도로 인기가 컸다.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비교적 빠른 데뷔로 아역 배우부터 성인이 되어서도 연기자의 길을 걸었다. 가십걸 주인공으로 낙점된 뒤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가십걸 종료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한 배우 중에 한 명이었다. 필자 또한 가십걸을 보지 않았기에 굉장히 생견한 인물이라 생각하며 부탁 하나만 들어줘를 봤던 것 같다.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는 본작에서도 가십걸이란 대명사가 어울리는 역할을 맡은 것 같다. 물론 악역 중 악역이기에 어딘가 다를 수 있지만 가십걸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녀가 촬영한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어떤 영화인지 살펴보자
2. 당당한 사람은 어디서도 빛이 난다
에밀리는 당당하다. 아니, 당당하다 못해 무례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보통 그녀는 당당해 보인다. 그리고 당당함은 다소 의기소침한 캐릭터 옆에 있을 때 더 돋보인다. 그녀 옆엔 스테파니(안나 켄드릭)가 있다. 인상만 보면 어딘가 날카로워 보이는 스테파니는 남편과 사별 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녀의 집안 사정은 크게 좋지 못하다. 마땅한 일도 없지만 꾸준히 하는 것이 하나 있다. 유튜브 촬영이다. 아이를 키우며 얻은 노하우와 아이에게 맞는 요리 레시피로 차근차근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어딘가 조금은 모자라 보이는 스테파니에게 뜻밖의 친구가 찾아온다. 에밀리다.
사실 에밀리는 스테파니와 친구를 맺을 일이 없었다. 스테파니의 아들과 에밀리의 아들이 친구가 되었기에 학부형으로 만나 친분이 맺힌 것뿐이다. 그러다 하루는 에밀리가 스테파니를 집으로 초대한다. 대리석으로 장식되어있는 화려한 집 구조가 멋지다. 스테파니는 입이 벌어진다. 그곳에서 에밀리가 타 준 마티니를 마신다. 멋들어지게 한 잔 들이켠다.
스테파니는 말 곳곳에 미안함이 묻어있다. 자존감이 낮다는 증거다. 에밀리는 항상 당당하라고 말한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말라 한다. 그래야 무시 안 받는다고 조언한다.
에밀리는 참 멋진 여성이다. 집도 너무 좋다. 남편은 에밀리를 보자 눈에 하트가 뿅뿅이다. 사람에게서 빛이 난다.
그 빛은 진짜 일까 가짜일까.
3. 부탁은 거절하라고 있는 거야
착한 스테파니는 에밀리의 부탁을 잘 들어준다. 가끔 아이 픽업부터 보모 역할까지 도맡는다. 그렇게 하루 이틀 가사를 도와주며 상부상조할 때 즈음 에밀리는 자신의 아이를 잠시 맡아 달라고 한다. 그리고 금세 올 것처럼 이야기한다.
스테파니는 문제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에밀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에밀리의 남편과 연락을 취한다. 에밀리가 실종된 것 같다고 말하는 남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한다. 스테파니는 이 사실을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구독자가 높아지며 해당 사건의 소식은 빠르게 퍼져 나간다. 그렇게 부탁을 받은 스테파니는 수소문으로 에밀리를 찾아보지만 결국 그녀는 실종 상태로 발견된다.
사소한 부탁 하나 들어줬을 뿐인데, 스테파니는 상실감에 빠진다.
4. 대국민 사기극 실화
스테파니는 정말 어쩌다 보니 에밀리의 전 남편과 함께 살게 되고 스테파니는 마치 에밀리의 죽음을 기다렸다는 듯이 에밀리의 집에서 모든 걸 누리며 산다. 이런 연출은 관객을 혼란시킨다. 하지만 결국 스테파니는 착한 사람이었고 에밀리가 아주 어마어마한 나쁜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반전 요소가 많은 영화다. 보는 내내 그려지는 연출도 지루함이 없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있을 수 있겠으나 전반적인 내용은 흥미롭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실화라는 점인데, 그런 부분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감독의 상상이 더해지지 않아도 본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주 멋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에 살을 덧붙여 더 완성된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그렇기에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재밌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에밀리의 자존감은 포장된 자존감은 아닐 것 같다. 어린 시절의 어려움이 있었기에, 또 그와 같은 핏줄인 가족의 환경이 달랐기에 다른 모습으로 자란 것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환경, 어떤 부모, 어떤 동료를 만나 나에 따라 참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그래서 평소 좋은 생각을 품고 좋은 에너지를 안고 살아야 좋은 사람이 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아도 운이 좋고 잘 풀리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우리 인생을 예외 상황에 걸 순 없으니
항상 좋은 생각, 마음을 품고 행동하면 좋은 사람, 일이 우리를 찾아올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테파니는 평소 착함을 실천했기에 좋은 사람, 좋은 일이 그녀에게 오면서 영화가 끝나는 것 같다.
*영화의 결
최근 필자가 고른 영화 중 평점이 낮은 영화들이 몇 개 있었다. 타인의 평가와 대중의 공통 의견에 벗어날 수 없는 범인인지라 평점이 낮은 영화는 으레 걸러내곤 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도 그런 영화 중 하나다. 하지만 대중의 평가와 반대로 좋은 감상평을 남기게 된다. 영화 보는 눈이 낮아진 것인지 취향이 바뀐 것인지 모르겠다. 좋음은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어떤 좋은 감정, 그러니까 놀라웠거나, 감동을 받았거나, 재밌었거나, 시간이 아깝지 않았거나, 느끼는 게 많았거나 무엇이 되었건 하나라도 좋은 감정을 느끼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쉽게 다른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면 안 되는 것과 자존감의 본질, 그리고 환경의 중요성, 평소 품고 사는 생각과 마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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