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모가디슈
개봉 : 2021. 07. 28
감독 : 류승완
출연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1.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민족 대 탈출극
오늘날에야 G20에 속하는 나름의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지만 모가디슈에서 표현되는 대한민국은 아직 갈길이 먼 동방의 작은 나라에 불과하다. 86년 아시안 게임, 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세계화를 꿈꾸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결국 UN가입이라는 큰 결심을 통해 세계화의 첫발을 딛고자 한신성(김윤석)과 강대진(조인성)은 소말리아로 떠난다. 이유인즉 UN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UN 회원국의 투표가 중요한데 소말리아의 한 표로 인해 UN 가입의 당락을 결정 지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말리아에서 한신 성과 강대진은 큰 벽에 부딪히고 만다. 바로 북한의 존재와 부패와 로비가 만연한 소말리아의 내전으로 한 표는커녕 탈출하기에 임박한 상황에 이르고 만다.
2. 모가디슈엔 주연만 있다
내용의 큰 줄기는 남측의 조인성과 김윤석 그리고 북측의 허준호와 구교환이 흐름을 끌고 간다. 하지만 조연으로 표현된 김재화, 박경혜 배우의 감초 역할은 극의 서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다만 극의 흐름상 4명의 남자 배우가 여배우들에 비해 다소 부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순 없으나 남측을 연기한 배우가 상대적으로 북측을 연기한 배우들보다 주연급이 많았는데 소재 자체가 우리나라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이야기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UN가입이라는 미션이 다소 흐지부지 된 부분이다. UN 가입이라는 사건 하나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좀 더 인물들 간의 심리 묘사나 UN가입을 위한 과정을 디테일하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갈등과 연기 그리고 '탈출'이란 단어 하나에만 서사의 포커스를 맞춘 것은 단순 모가디슈를 오락영화로만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그럼에도 모가디슈의 흥행엔 조연급 주연이 아닌 모두가 주연 이상의 역할을 톡톡히 해줬기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3. 극이 아닌 현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서글픈 현실을 앞으로도 얼마나 더 겪게 될지 모르겠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모가디슈 내용 또한 남과 북은 적대관계이며 심지어 말조차 쉽게 섞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모가디슈를 탈출하는 모습은 감독의 염원을 넘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묵직한 한 줄을 떠올리게 한다.
UN 회원국 가입을 위해 로비와 다툼이 잦은 남과 북이 소말리아 탈출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힘을 합치는 과정을 보면 눈물겹기도 하다. 그 속에서 남측이 북측을 도와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마음을 여는 장면 또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말보다 힘이 앞서는 세상, 평화보다 전쟁을 원하는 나라, 그곳이 소말리아였다. 자국민을 위한 전용 비행기 하나 보낼 수 없어 이탈리아에 도움을 청하고 비행기를 얻어 타는 장면에선 우리나라의 외교력이나 힘을 짐작하게 만든다. 물론 유럽 국가가 동아프리카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목숨을 걸고 외교를 펼친 대사에게 돌아오는 건 총알과 폭탄이라는 그 시절의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우리나라를 어엿한 대강 국이라 부르긴 아직 부족함이 있지만 그럼에도 88년과 비교했을 때 눈부신 성장을 이룬 것은 맞다. 아직도 막장 국가라 불리는 소말리아와 비교해보면 대단한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분단 국가라는 현실은 그대로지만 영화에서나마 남과 북의 화해와 통합의 장면을 보며 희망의 불씨를 발견한다.
4. 반전은 없고 사건만 남았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이나 받아들이기 불편한 엔딩을 좋아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모가디슈는 반전이 없다. 누구나 원하는 결말, 누구나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가 말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역사의 반복, 역사를 통한 반성, 역사에서 배우는 지혜 등 너무나 많은 요소를 배울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이 말처럼 우리에게 지난한 과거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언제고 과거처럼 힘이 약한 동방의 작은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국가의 한 개인으로서 할 일을 하고 내일의 희망을 찾고자 한다.
오락용으로도 좋고, 잠시 역사를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 모가디슈였다.
참고로 모가디슈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배우 허준호 님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어딘가 앙상한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포스와 연륜이 스크린 밖에서도 느껴졌을 정도이니
과하지 않아도 힘을 빼서 연기한다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대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모가디슈의 묘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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