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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 새해엔 모두 원하는 일 잘 되길

by 웰오프 2022. 1. 28.

제목 : 기적

개봉 : 2021. 09. 15 

감독 : 이장훈

출연 :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1. 기적은 사람이 만든다 

기적의 사전적 정의는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을 말한다. 인간의 의지가 반영된 영역이기보다 신이 관여하는 영역이 기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신은 관여만 할 뿐 기적은 만드는 주체는 인간이다. 한 사람이 비는 소망은 강력한 소원이 되고 소원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켜켜이 쌓인 행동이 신의 관여를 만났을 때의 화학 작용이 기적을 만들어 낸다. 기적은 감동적이고 흥분하게 만든다. 입과 입으로 구전되는 효과도 있다. 입을 나간 말이 제법 멀리도 간다. 그렇게 기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을 통해 전설이 된다. 기적은 사람이 만든다. 

 

2. 강박인가 집념인가 

준경(박정민)은 마을에 기차역을 만들고 싶어 한다. 싶어 하는 정도를 넘어 갈망의 수준이 대단한다. 대통령에게 까지 편지를 쓴다. 수십 통을 썼다. 하지만 매번 거절당한다. 그래도 굴하지 않는다. 그에게 기차역은 어떤 의미일까. 극의 설정이지만 준경(박정민)은 다행히도 천재다. 어딘가 한 구석이 비어있는 사람, 순수한 사람이 특별한 재능까지 부재인 것을 보면 조금 마음이 서글프다. 서글픔을 느끼는 나도 별거 없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준경은 집념을 넘어 강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달린다. 그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준경의 단짝 라희(임윤아)가 있다. 라희의 아버지는 국회의원이고 잘 나간다. 라희는 4차원 준경에게 끌린다. 둘은 티격태격하다 정이 들어 연인이 된다. 라희는 시골에서 벗어나 똑똑한 준경과 서울로 올라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준경에겐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은 과업이 있다. 기차역을 만드는 것이다. 

 

3. 반전의 반전 

얼핏 영화 기적 포스터를 보면 반전은 전혀 없는 가족 영화 같이 보인다. 하지만 기적은 반전으로 가득 찬 영화다. 클리셰로 가득 차 있다는 것만 빼면 놀라운 반전인 것은 분명하다. 관객 1,000만 시대가 조금 익숙해질 때 즈음 대한민국은 문화 강국이라 표현해도 무색함이 없었다. 하지만 1,000만 영화 들을 들여다보면 재밌는 포인트가 많다. 전형적인 한국의 정, 신파, 눈물을 즙짜듯 몰아세우는 감동의 강요. 감독이 의도한 감동을 알아챌 때면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이 말라버린다. 특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그렇다. 괜히 울기 싫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아쉽지만 기적이 그렇다.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좋아할 만한 요소가 많은 건 분명한데 즙 짜기를 시전 한다. 그래서 눈물이 덜난다. 덤덤하지 않다. 불편하다 다시 클리셰로 복귀한다. 그럼에도 반전을 거듭한다. 멍하니 보는 분들이라면 반전의 묘미를 느끼리라. 

 

4. 집단이 만든 산물 

기적은 사람이 만든다고 말했듯 결국 동네 사람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준경의 숙원 사업을 일궈낸다. 눈물겹다. 다행스럽기도 하다. 마음이 불편한 영화는 여간 내키지 않는다. 극 중 흥미로운 캐릭터가 나오는데 준경의 누나 보경이다. 보경은 말이 많다. 동생에게 관심도 많다. 하지만 준경에게 역을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심어주기도 하는 인물이다. 

준경의 아버지는 역 승무원이다. 기차를 운전한다. 그는 나중에서야 준경이 그토록 기차역을 만들고 싶어 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렇게 기차역은 만들어지고, 영화는 준경의 미래와 함께 끝을 향해 간다. 

 

5. 궁금한 그들의 뒷 이야기 

따뜻한 영화일수록 그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시트콤처럼 말이다. 어딘가에 있을 것 같고, 우리가 사는 모습인 것 같고,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이야기일수록 그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준경은 뛰어난 기질을 바탕으로 연구원이 되었을 것 만 같다. 라희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밝은 소녀 일 것 같다. 기적을 보면 기적은 별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오늘 이렇게 살아있는 순간이,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순간이 기적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기적은 제법 멀리 있는 기이한 사건처럼 비추어 보이지만

영화가 주는 감동은 일상의 기적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준경을 연기한 박정민은 매번 까칠하지만 더함이 없다. 자연스러운 경지가 가장 어려운 수준이라 했는데 벌써부터 그걸 해내는 배우다. 보기까지 굉장히 망설여졌고 불편한 감정이 들지 않을까 애써 외면한 동주에서부터 그의 팬이 되었다. 

기적의 준경은 박정민이 아니면 상상이 안된다. 혹여 기적 2가 나와 다른 배우가 준경을 연기한다고 하면 괜히 감독에게 서운해질 것 같다. 박정민은 그런 배우다. 

 

언젠가부터 가수 윤아가 아닌 연기자 윤아가 보인다. 제법이라고 말하기엔 내 입이 머쓱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이 또한 기적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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