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검사 외전
개봉 : 2016. 02. 03
감독 : 이일형
출연 : 황정민, 강동원, 이성민, 박성웅
1. 외줄 타기 듀오의 반란
검사 외전의 설정은 독특하다. 보통 경찰과 죄수의 콜라보는 많이 본 것 같은데 검사와 사기꾼의 콜라보는 설정부터 흥미를 자아낸다. 변재욱(황정민)은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검사 역할을 맡았다. 언젠가부터 배우 황정민의 연기가 어딘가 비슷한 톤으로 일관되는 것 같아 불편한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믿고 보는 이유는 '기본' 내공이 탄탄한 배우이기에 불편함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황정민은 변재욱이 되었고 변재욱은 황정민이었다.
치원(강동원)은 사기꾼 역할을 맡았다. 185cm가 넘는 잘생긴 사기꾼이라니.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레오가 떠오른다. 강동원은 2010~2020 사이까지 매년 영화를 한편씩 개봉할 정도로 다작 배우로 유명하다. 연기에 대한 갈망과 의지가 큰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도 강동원 특유의 사투리와 능글맞은 연기가 잘 어울린다.
검사 외전은 970만이 본 영화다. 검사와 사기꾼의 세상을 향한 통쾌한 복수극을 하나씩 살펴보자.
2. 백은 없어도 체면은 있다
가오 체면 떨어진다. 황정민 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가오는 폼이다. 폼은 개인의 멋인데 외적인 멋을 말하는 것 같진 않다. 가령 검사라면 증거가 명확한 피의자에게 벌의 심판을 내리게 하는 것, 그것이 검사의 가오고 멋이다. 아마추어 같다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프로는 가오가 있다.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업의 본질로 굳건히 나아간다. 변재욱은 그런 검사다. 다만 다혈질 성향이 짙어 윗선의 눈총을 받는다. 그래도 신경 쓰지 않는다. 본인은 업에 충실했기에 괜찮다고 말한다. 현실과는 조금 괴리가 있는 캐릭터다. 조직과 사회는 그렇다. 누군가와 함께하기에 업의 본질이 그러한들 어느 정도 조율이 필요하다. 물론 도덕과 법의 기준에 벗어나선 안된다. 결국 융통성이 필요하다.
변재욱은 심 판하 시위에 팔을 걷어 부쳤지만 백이 없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다.
유력한 피의자는 사망했고 유일한 증거는 사라졌다.
3. 우연인 듯 필연인 만남
여기까지만 보면 변재욱에겐 희망이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건엔 윗선이 깊게 관여되어있다. 오락적인 분위기를 띈 영화라 그렇지 다큐로 만들면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오는 내용 같다. 영화는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하여 제작한다는데 그런 거 보면 검사 외전은 단순 오락영화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변재욱은 항소하지만 거절당한다. 심지어 본인이 구속시킨 범죄자들에게 둘러싸여 폭행까지 당한다. 인생사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서로에게 은인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치원이었다.
4. 스티브 잡스의 점 이론
사실 치원을 만나기 이전에 재욱은 나름 감옥생활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 클리셰이긴 하나 재판을 준비하며 얻은 경험과 법 지식이 상당했기에 마침 부동산 소송을 진행 중인 교도관의 이슈를 해결하며 편안한 나날을 이어간다. 죄수들은 그에게 형량을 줄일 수 있는 소송 상담을 하고 그는 그들의 입장에서 묘안을 알려준다. 물론 모두 법의 테두리 내에 변호사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니 불법인 듯 하나 불법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늘 아침 당신이 독서를 한다면, 운동을 한다면, 저녁엔 무언가를 배운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 다양한 목표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기만족을 넘어 대단한 성과를 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치면 스스로를 괴롭힌다. 물론 그것이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순 있지만 균형점이 있어야 한다.
오늘 찍은 하나의 점이 운동이 되었던 독서가 되었던 그것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도움을 준다.
꼭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가 아니라도 말이다. 그 경험으로 오늘 오전 1시간을 기분 좋게 살 수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한마디를 건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이 온전해지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변재욱도 그렇다. 조금 더 스펙터클 하긴 하지만, 검사로서 승승장구하는 점이 조금 다르게 쓰였지만 그럼에도 본인의 중요한 인생의 과정에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우리의 경험은 어떤 모습으로도 연결된다. 그러니 오늘, 지금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성과가 더디다고 자책하고 비교하지 말고 그저 그 행위를 즐기자. 우리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그것만으로 의미와 가치는 충분하다.
5. 삐그덕거리는 파트너
다시 돌아와 재욱과 치원의 이야기를 해보자. 가벼운 치원은 어른들에게 눈엣가시다. 조금 튀는 캐릭터다. 그 덕분에 치원의 입에서 중요한 단서가 나온다. 재욱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치원을 추궁한다. 치원은 발뺌하지만 결국 치원의 빠른 출소를 도와주기로 약속하고 재욱과 치원은 동료의 길을 걷는다.
윗선의 기세는 강했다. 목숨을 위협당한 치원은 재욱에게 그만하고 싶다 말한다. 그런 치원이 재욱은 서운하다. 여기서 둘의 관계는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은 다시 동료가 된다. 그렇게 하나, 둘 증거를 수집하고 중간중간 코미디 장면이 나오며 영화의 리듬이 빨라진다.
치원은 결정적 자료를 모았고 역시 그 과정에서도 점 이론은 등장한다. 치원의 쓸모가 크다.
재욱에게 누명을 씌운 윗선 검사는 재판대에 섰고 자충수를 두면서 구속이 된다.
그리고 재욱과 치원은 자유의 몸으로 만난다.
편안한 마음으로 오락영화가 즐기고 싶은데 너무 가벼운 영화는 싫을 때 보면 좋을 영화다.
눈도 즐겁고 마음도 편하다. 기분도 좋아진다. 이 또한 오늘의 점이 될 수 있다.
점엔 쉼도 포함이니까. 잊지 말자 검사 외전에서 말하는 또 다른 점 이론에 대해 곱씹는 하루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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